결국 홍콩 이민자 부부가 하는 카페를 그만 두기로 했다.
첫 주 이틀을 빼고는 기존 바리스타 걸이 독감으로 안 나와서
내가 머신을 잡고 커피를 전담하는 것은 좋았다.
근데 점점 그 카페에서 일하는 게 싫어졌다.
기존에는
1. 커피 머신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라는 점
2. 커피말고 중국음식 담고 서빙해야한다는 점
3. 더러운 환경이라는 점 (있다보니까 별로 더러운 거 같지도 않고...)
이런 점 때문에 나가고 싶었는데
사실 사장 때문이 크다.
내가 사장을 너무 싫어 했고, 그냥 사장 얼굴만 봐도 화가 나는 지경이라
그만두기로 했다.
사장을 처음부터 싫어한 것은 아니였다.
근데 점차 점차 쌓이면서 싫어하게 된 것 같다.
특히 나를 무시하는 점, 하기 싫은데 시키는거(이건 뭐 변명거리가 아니지만)
여기 사장은 주로 점심시간에 오는데 와서 하는 일은
점심 먹고 돈통 보다가 주방에서 뭐하다 코너에 앉아 전화하고 뭐하다 나 갈군다.
특히 내 이름을 본인 멋대로 잘못 부르며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하면서 날 부르는데이때 손 모양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 검지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부른다.
이렇게
근데 이게 서양에서는 이리 오라는 표현이라는 것을 언뜻 본 거 같기도 한데
나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기분이 나빴다.
저렇게 날 부르고 나서 대뜸
" 커피! 스몰 커피! "
이러면서 커피 만들어 오란다....
처음엔 했다. 그려려니 하며
근데 계속 기분이 나빠서 나의 하우스메이트인 대만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중화권에서도 저 표현은 개나 부를때 하지 사람한텐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홍콩인도 호주에서 태어나서 자란게 아니라 다 커서 넘어온 거 아닌가
대만친구가 한마디 더한게 내 머리를 띵하고 쳤는데
거기서 나에게만 그런 손짓을 할 거라고 했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가족 경영이고, 같은 중화권 사람들에겐 그게 얼마나 무례한지 알기 때문에
쓰지 않을 거고, 아메리칸걸에게는 서양인이니까 안할거라고
너는 만만한 동양인이고 고용된 입장이기 때문에 너에게만 할거라고
근데 진짜 맞다.
나한테만 한다.
하.. 빡쳐
다시 생각해도
또 하나, 사장을 싫어하게 된 일은 내가 중국음식을 테이크아웃 통에 담아서 파는 걸 싫어하는데
이걸 피하는 나를 보면 나를 불러서 시킨다.
중국음식 전시(?) 해놓은 그곳이 진짜 뜨겁다 완전
그냥 한 통 퍼서 담는데도 진짜 땀 날 정도로 덥다.
근데 손님들은 배고프니까 예민하고 나는 뜨거운거 참고 데이면서 담고
마지막에 뚜껑 닫으려고 하면 안 닫기고
다 흘러서 또 데이고 손님 눈치 보이고
손님들은 음식 흐르는 거 보이니까 싫어하고
그래서 매니저(사장 와이프)랑 둘이 일할 때는 그걸 알아채셨는 지
매니저가 중국음식 파트 담당하고 나는 커피 담당하고 분담해서 하는데
그날 하필 계속 아침부터 바빠서 숨 돌릴 타이밍도 없었던 날
내가 밀려오는 커피 다 처리하고 좀 숨 돌리려고
수저 세팅하는 거 하고 있었는데 (이날 손님이 많아서 세팅해놓은 수저도 다 나간 상태였다.)
또 거만하게!! 내 이름 부르더니
" hey 김땡땡 커스터머! see? customer!! "
이러면서 또 무례한 손짓....
하기 싫은데 꼭 내가 빠져나가고 싶을 때마다 부른다.
근데 이때 좀 그냥 예의갖춰서? 아니 예의라기 보단 좀 그냥 보통 부드럽게 말하면 안되나?
이 사장은 나를 진짜 무시하듯이 부르면서 일 시킨다.
진짜 외노자라서 서럽도록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사장이 나에게 아무것도 안해도 그저 얼굴만 봤을뿐인데도
나는 몸서리 치게 싫었다
포커페이스 하나도 못하고 그냥 싫어하는 티, 못 알아듣는 티를 냈다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너무 빡치고 그래서 점심시간에 생각을 해봤다
" 여기 그만두면 어떨까? "
그러자 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ㅋㅋㅋㅋㅋㅋㅋ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내가 한국에서도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다 참고 살았는데
호주까지 와서 그렇게 살아야하나 의문이 들었다
이 카페가 나의 세컨비자 따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카페도 아니고
주 38시간 주겠다고 인터뷰에서 분.명.히. 그랬으면서
첫날 너는 30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 사장이다.
이런 생각들이 다 스치니까 내 마음속에 한가지가 떠올랐다.
" I am so done. I' DONE "
그만두기로 결심한 순간이다
그러니까 진짜 미소가 끊이질 않고 계속 웃음이 나왔으며
손님들한테도 너무 친절하고 신난 목소리로
" How are you~~~~? "
이러면서 일했다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러고 집와서 돈 안줄까봐
비자에 정보 넣어야하는데 이걸 어떻게 물어보지?
그만 둔다고 어떻게 말하지?
이 걱정 했다...
알지 않나 한국인들 부정의 부탁(?) 하는거 못하는거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여기까지 왔고 이런것도 다 해봐야하니까 마음을 다잡았다
해야지 해야지
할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내가 해야지
그러고 당일!!!!!!!!!!!!!!!
마음을 조리고 있었는데
( 다음 포스터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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